Entertainment2009. 1. 18. 14:09


출처 : http://sstorm.egloos.com/4014822

서점에 가보면 리더십에 대해서 설명을 한 책들이 책장 가득 꽂혀있다. 물론 하나같이 다 좋은 얘기들만 적혀있다.

네이버 용어사전에 보면 리더십은 '희구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 및 집단을 조정하며 동작하게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리더십이란 조직 구성원으로 하여금 바람직한 조직목표에 자발적으로 협조하도록 하는 기술 및 영향력을 말한다'라고 나와있다.

뭔 말이 이리 어렵나. 그냥 간단하게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그렇다면 조직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일단 개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이기 때문에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그 다음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추진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다루는 기술은 또한 여러 가지 세부 능력으로 분류된다. 필요한 사람을 모으고, 자신을 따르게 만들고, 구성원들이 서로 단결하게 만드는 힘,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낙오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일을 추진해 나가는 능력 역시 세부 능력이 나뉜다. 조직의 상황을 파악하고 앞날을 내다보는 통찰력, 일을 추진해 나가는데 필요한 자원을 관리하는 능력, 그리고 정확한 선택을 하는 판단력 등이다.

그런데 별다른 큰 일이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리더의 진면모를 알아보기 힘들다. 훌륭한 리더십은 위기 상황이나 생사의 갈림길, 조직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비로소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고 나간 리더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라는 전쟁 드라마에서 찾을 수 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보는 리더와 리더십

<밴드 오브 브라더스 Band of Brothers>는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맞서 싸운 연합군 전선의 최선봉에 선 미육군 제 101 공수사단 506연대 2대대의 이지 중대(Easy Company) 소속으로 전쟁에 나갔던 실존 인물들의 증언과 실제 전투기록을 토대로 만들어진 자서전적인 드라마다. 물론 드라마로 만들면서 약간의 허구와 과장이 추가됐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이 2차 대전 중 가장 치열한 전선에서 최고의 전투를 펼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또 가장 견고한 조직체인 군대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는 여러 유형의 지휘관, 즉 리더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인물들을 통해 우리는 나쁜 리더와 좋은 리더는 어떤 차이가 있으며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갖춰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나쁜 리더의 예

소블 대위
이지 중대의 첫 중대장이었던 소블 대위는 한 마디로 고집불통에 앞뒤가 꽉 막힌 리더이다. 2년간의 공수부대 훈련 기간동안 그는 중대원에게 막무가내로 고함치고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자세한 내부 사정을 모르는 연대장이나 대대장은 처음엔 그를 훌륭한 지휘관으로 여겨 중위에서 대위로 진급시켰다. 하지만 속사정은 완전 달랐다. 편히 쉬어야 할 주말에도 식사 중이던 대원들을 갑자기 집합시켜 산에 오르게 하고 조금이라도 꼬투리가 잡히면 (사실은 무조건 꼬투리를 만들어서) 기합을 주거나 외출 외박을 금지시키는 등, 소위 말하는 군기 잡기에만 급급했다.

물론 이렇게 중대원들을 고생시켰다고 해도 전투 지휘능력이 뛰어났다면 중대원들이 그를 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야전 훈련에서도 지도를 제대로 볼 줄을 몰라 엉뚱한 곳에서 헤매거나 부하 소대장의 조언을 무시한 채 쓸데없이 과욕을 부리다가 작전을 망치기 일쑤였다. 제대로 한 일이라고는 중대장이라는 지위를 등에 업고 부하들에게 호통친 것 뿐이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실전 훈련에서 자신은 계속 실수만 하고 자신의 부하인 윈터스 중위가 너무 뛰어난 활약을 해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자 말도 안되는 사유를 가지고 윈터스에게 명령 불족종 죄를 덮어 씌운다. 결국 중대장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참고 지내오던 고참병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결단을 내린다. 중대 내의 분대장들이 모두 모여 연대장을 찾아가 소블 대위가 그대로 있는 한 분대장직을 모두 그만 두겠다는 하극상을 저지른 것이다. 이로 인해 소블 대위는 이지 중대장에서 밀려나 사단의 공수 훈련소로 좌천되고 중대장이 바뀐다. 한 마디로 소블 대위는 조직을 이끄는 능력도, 사람을 다루는 능력도 모두 부족한데 의욕만 앞선 최악의 리더 그 자체다.



노먼 다이크 중위
소블이 쫓겨난 뒤에 후임이 된 미한 중위는 훌륭한 리더였지만 중대장이 되자마자 노르망디 강하 작전 도중 자신이 탄 비행기가 격추당해 결국 능력 발휘도 해보기 전에 전사하고 만다. 그 뒤에 최고의 리더인 윈터스 중위가 이지 중대장이 되지만 그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금세 대대 지휘관으로 전격 승진한다. 윈터스의 빈 자리를 역시 괜찮은 리더인 무스 하일리거 중위가 대신 하지만 그 역시 뭔가 해보기도 전에 야간 경계를 서던 어설픈 신병의 총에 맞아 부상을 당해 후송되고 그 자리를 메꾼 것이 바로 노먼 다이크다.

다이크 중위는 예일대를 나왔을 정도로 두뇌는 뛰어났지만 겁장이에다 기회주의자였다. 그가 유럽전선의 최선봉에 있는 이지 중대에 온 것도 복무기록에 전투 경력을 끼워넣어 인사고과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지 중대가 전쟁 기간 중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벨기에의 바스토뉴 전투에서 그는 틈만 나면 부하들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자신의 안전만을 챙기고 뒤로 숨기에 바빴다. 드라마 7화 <바스토뉴>를 보면 중대 선임하사였던 립튼이 중대장 다이크를 평가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다이크 중위는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가 아니라 아무런 결정 자체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나쁜 지휘관이라고 한다. 7화의 후반부 전투 장면에서 다이크의 그런 문제점이 잘 드러난다. 그는 적진을 공격하는 전투 초반 신속하게 진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하게도 적의 공격에 완전히 노출된 위치에서 중대원들을 멈추게 하더니 겁을 먹고 후퇴 명령을 내렸다가 부하들이 크게 반발하자 어이없는 대안을 내세우며 우물쭈물한다. 결국 그 모습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던 대대장 윈터스 대위는 다이크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대신 도그 중대의 스피어스 중위를 이지 중대장으로 전격 임명한다.

다이크 중위의 문제점은 자신이 해야할 일은 젼혀 하지 않고 자기의 안전과 이익만 챙기려 했다는데에 있다. 중대장이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중대의 일에 거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전투가 없을 때'에는 부하들이 편했겠지만 정작 전투가 벌어졌을 때에는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리더가 아무 일도 하지 못해서 죄없는 여러 중대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능력도 없으면서 어이없이 나대는 스타일이었던 소블 대위와는 정반대의 타입이지만 다이크 중위 역시 역시 최악의 리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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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더의 예

로널드 스피어스 대위 (소위->대위로 진급)

원래는 도그 중대의 소대장이었으나 7화부터 이지 중대장이 된다. 스피어스 대위는 전형적인 용장(勇將)이다. 2화에서 독일군 야포 진지를 공격할 때도 스피어스는 맨 앞에 나서서 돌격을 감행했으며 7화에서도 총알이 빗발치는 적진 한가운데로 마구 뛰어드는 용맹을 보여준다. 다만 너무 무모하게 돌격위주로 전투를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부하들이 많이 희생당하는 폐단도 있다. 그러나 그는 위급한 상황에서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지장(智將)의 요건도 갖췄다. 그리고 최종회에서 자신의 부하인 그랜트 하사가 술취한 다른 중대 신병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사경을 헤맬때 그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직접 의사를 찾아 돌아다니는 장면과 유럽전쟁이 끝난 후 중대원들을 돌보기 위해 군에 남는 것을 보면 덕장(德將)의 면모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피어스는 용맹이 너무 지나쳐서 부하들이 위험을 다소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무랄데가 없는 리더이다.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맡기기엔 좀 위험부담이 있겠지만 중간 관리자 중 이런 사람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조직이 위기에 쳐했을 때 그것을 돌파해 나가는 데에는 이만한 리더가 없을 것 같다. (전쟁 이후에도 군에 남은 스피어스는 훗날 중령으로 전역한다)



카우드 립튼 소위 (병장 -> 소위로 전시임관)
립튼은 일반 병사로 시작해서 부사관을 거쳐 전쟁 막바지에 소위로 전시임관되는 특이한 케이스다. 하지만 드라마상에서 그의 진면모는 장교가 되기 전, '중대 선임부사관'으로 있을 때 더 잘 나타난다. 네델란드에서 벌어진 마켓가든 작전때부터 중대 선임부사관이 된 그는 '중대의 어머니'로서 중대원들을 보살피고 사기를 북돋우며 단결을 강화하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수행한다.

리더로서 그의 능력이 잘 드러난 것은 7화 <바스토뉴>인데 훌륭한 지휘관이었던 윈터스가 대대장이 되어 중대를 떠나고 난 뒤, 후임 중대장 다이크 중위의 무능력으로 인해 발생한 리더의 공백을 그가 잘 메꿔 중대를 지탱해 나가는 모습이 나온다.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중대원들이 다이크 중위를 험담하는 것을 듣고서 대원들에게 '중대장이 무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대원들의 사기를 위해서는 지휘관을 욕하기보다 우리 할 일만 잘하면 된다'고 타이르는 모습이다. 립튼은 리더가 없다고 불평을 하기보다는 자기가 먼저 앞장서서 리더의 빈자리를 대신했고 그로 인해 이지 중대가 최악의 조건을 버텨낼 수 있었다.

립튼 상사는 지장이나 용장의 면모는 약하지만 전형적인 덕장 스타일의 리더다. 그 역시 큰 조직의 최고 책임자를 맡기기에는 다소 미흡한 면이 있지만, 조직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시키는 조정자 역할의 중간 리더로는 최고일 것이다.



딕 윈터스 소령 (소위 -> 소령까지 진급)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사실상 주인공인 윈터스 소령은 드라마의 처음에 이지 중대 2소대장으로 시작하지만 유럽 전투중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마지막에는 2대대 대대장 자리에 오르고 소령까지 진급한다. 물론 전쟁중이었으니까 가능한 일이었지만 소위 임관후 3년여 만에 이렇게 고속 승진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것은 그만큼 윈터스 소령이 훌륭한 군인이자 리더였음을 증명한다.

드라마에서 윈터스 소령은 지/덕/용을 고루 갖춘 진정한 리더의 이상향으로 나온다. 그는 항상 주어진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을 한다. 1화에서 최악의 리더인 소블 대위가 이끄는 이지 중대의 2소대 소대장을 맡으면서 대원들을 훈련시킬 때 그는 소블이 나쁜 지휘관인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그의 명령에 따랐다. 그러다가 열등의식을 느낀 소블이 자신을 음해하여 처벌하려하자 과감히 군법회의를 요청하는 결단력을 보여준다. 참을 때는 참고 터뜨릴 때는 터뜨릴 줄 아는 것이다. 결국 부하들의 탄원으로 인해 소대장에 복직하게 된 그는 노르망디 공수작전 때 후임 중대장인 미한 중위가 실종되어 이때부터 이지 중대장으로서 본격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2화의 마지막 장면인 독일군 야포진지 공격작전은 불과 열 명 남짓한 인원을 가지고 성공시킨 진지 공격의 모범 전투사례로 기록되어 아직까지도 미 육군 사관학교(웨스트 포인트)에서 교육되고 있을 정도다.

소대장과 중대장으로 활약할 때 용장과 지장의 면모가 돋보인데 반해 대대장이 된 6화부터는 덕장의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특히 8화 <마지막 정찰>편에서는 연대장이 계속해서 위험부담만 크고 별 소득없는 침투 정찰작전을 지시하자 부하들의 안위를 위하여 작전을 강행하지 않은 대신 상부에는 마치 한 것처럼 거짓보고를 올리는 결단을 내린다. 군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될 명령 불복종이라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지만 전쟁 막바지에 부하들을 무의미한 위험에 몰아넣는 명령을 요령있게 피해간 것이다. 이러한 그의 행동은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또한 최종회에서는 유럽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태평양 전투를 위해 다시 전쟁터로 끌려갈 운명에 처한 부하들을 구제하기 위해 애쓰는 등 끝까지 조직 구성원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도 나온다.

냉철한 선택이 필요할 때 옳은 결정을 내리고, 항상 앞장 서서 전투에 임하며 마지막까지 부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이야 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가 갖춰야할 조건이 아닐까?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통해 나타나는 다섯 명의 리더상을 통해서 우리는 결코 닮지 말아야할 나쁜 리더의 두 가지 면모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훌륭한 리더의 세 가지 면모를 배울 수 있다.
Posted by OTOTO